증여의제와 증여추정의 차이
증여를 받으면 증여세를 내야하는데요. 이 증여의 개념이
생각보다 복잡해서 납세자들이 이해를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법에서 증여의 범위를 정하고 있긴 하지만, 단순히 증여라고만
하지 않고 '증여의제'라거나 '증여추정' 방법으로도 증여와 동일하게 세금부담을 지우고 있거든요.
증여는 무엇이고, 증여의제나 증여추정은 또 무엇일까요.
# 재산과 이익의 무상이전 '증여'
우선 가장 기본 개념인 증여부터 보면, 세법에서 규정하는
것과 민법에서 규정하는 것이 좀 다릅니다.
민법에서는 증여를 '당사자 일방이 무상으로 재산을 상대방에
수여하는 의사를 표시하고 상대방이 이를 승낙함으로써 그 효력이 생기는 것'으로 정의하고 있는데요.
무상으로 줬다고 해서 다 증여가 아니라 받는 사람의 승낙이 포함된,
즉 서로 알고 주고받아야 증여라는 것이죠.
하지만 증여세 과세대상을 정하고 있는 상속세 및 증여세법(상증법)에서는 좀 다르게 설명하고 있습니다.
'증여란 그 행위 또는 거래의 명칭·형식·목적 등과 관계없이 직접 또는 간접적인 방법으로 타인에게 무상으로 유·무형의
재산 또는 이익을 이전하거나 타인의 재산가치를 증가시키는 것'이라고 정의하고 있죠.
세법에서는 상대방의 승낙 여부는 중요하지 않고, 무상으로
준 사실이 중요합니다. 게다가 재산뿐만 아니라 기타 이익을 이전하거나 상대의 재산가치를 증가시킨 것까지도
포괄적으로 증여라고 정의하고 있습니다. 이를 '증여세 완전포괄주의'라고도 하죠.
# 증여나 마찬가지라는 '증여의제'
'의제(擬制)'는 본질은 같지
않지만 법률적 효력은 동일하게 처리하는 것을 말하는데요. 민법에서 실종선고를 받은 사람을 법률적으로
사망으로 보는 것과 같은 일이죠.
증여의제도 세법상 증여에 포함되지는 않지만, 경제적으로나
실질적으로 증여와 같은 효과가 있어서 '증여로 간주'하는
것입니다. '증여나 마찬가지'니까 증여세를 내라는 규정이죠.
증여의제 항목도 세법에 열거돼 있는데요. ▲명의신탁재산에
대한 증여의제 ▲특수관계법인과의 거래를 통한 이익의 증여의제 ▲특수관계법인으로부터
제공받은 사업기회로 발생한 이익의 증여의제 ▲특정법인과의 거래를 통한 이익의 증여의제 등 4가지입니다.
2004년 증여세 완전포괄주의 도입 직후에는 대부분의 증여의제 규정들이 증여에 흡수됐고, 증여의제로는 명의신탁재산을 증여로 의제하는 항목밖에 없었는데요.
재벌과 자산가들의 편법증여를 막기 위해 2012년 특수관계법인간
일감몰아주기 증여세와 2015년 특수관계법인간 일감떼어주기 증여세 제도가 도입되면서 증여의제 항목이
늘어났습니다.
# 증여가 아니라면 증거를 대라는 '증여추정'
증여추정은 일단 "증여세 과세대상인 것 같다. 아니라면 증거를 대봐"와 같은 개념입니다.
'추정(推定)'은 사전적으로
확실하지 않은 사실을 그 반대되는 증거가 제시될 때까지 진실한 것으로 인정해 법적인 효과를 발생시키는 일을 말하는데요. 세법상 증여추정 또한 확실치는 않지만 국세청이 보기에 증여로 판단되니 과세하겠다는 뜻입니다.
예를 들어 특별한 소득이 없을 것으로 보이는 미성년자나 전업주부가 고가의 강남 아파트를 취득했다면, 누군가에게서 증여를 받았을 가능성이 높은데요. 이 때 국세청이 증여로
추정해 과세할 수 있는 것입니다.
증여추정의 특징은 확실치 않은 사실에 대한 과세당국의 판단이기 때문에 반대되는 증거가 제시되고 그것이
진실로 확인될 경우에는 추정이 번복될 수 있다는 점입니다.
전업주부지만 과거 급여소득을 모아뒀다거나 수년간 부업을 통해 수익이 발생해 스스로의 자금으로 부동산을
취득했다는 사실을 입증할 수만 있다면 증여세가 과세되지 않는 것이죠.
참고로 증여추정과는 달리 증여의제는 증여의제에 반대되는 납세자의 증명이 있더라도 과세관청에 의해 번복되지
않습니다. 확실치 않은 사실에 대한 추정이 아니라 세법에서 정해진 의제요건에 맞춘 과세이기 때문이죠.
[출처/참조] 택스워치 이상원 기자 lsw@taxwatch.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