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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세극장]뉴욕 변호사가 된 회사원

2019-03-25

임명규 기자 seven@taxwatch.co.kr 택스워치

국내 다세대주택 팔고 양도세 비과세 신고
세법상 '비거주자' 양도세 과세...증여세는 취소

"여보! 대기업 생활도 지긋지긋한데 미국가서 살아볼까?"
"나도 당장 회사 그만두고 싶어. 그런데 뭐하고 살지?"
"변호사 정도면 우리 가족 충분히 먹고 살 수 있잖아." 

서울의 명문대학을 졸업한 박모씨는 국내 굴지의 대기업에 취업했습니다. 명석한 두뇌와 탁월한 업무처리 능력은 기본이고 서글서글한 성격까지 갖추고 있어 회사에서도 인정받는 엘리트였는데요.

회사생활 6년차로 접어들자 대기업 생활이 지겨워졌어요. 동갑내기 아내와 자녀 2명을 낳았지만 제대로 얼굴 볼 시간도 없었어요. 잦은 야근과 치열한 경쟁 속에서 마치 소모품이 된 듯한 느낌까지 들었죠.

가족과 함께 시간을 보내고 싶었던 그는 고심끝에 미국 유학을 결심했어요. 커리어우먼이었던 아내도 남편의 뒷바라지를 위해 직장을 그만두고 미국에 함께 가기로 했는데요. 박씨는 아버지를 찾아가 자초지종을 설명했어요.

"로스쿨 학비가 만만치 않을텐데 괜찮겠니?"
"아파트 전세금으로 학비는 충분할 것 같아요."
"생활비는 따로 보내줄테니 아무 걱정하지 말거라."

아버지는 미국으로 떠나는 아들에게 전폭적인 지원을 약속했어요. 박씨는 아파트 전세 보증금을 아버지에게 맡기고 가족과 함께 미국행 비행기를 탔어요. 학생비자를 발급받아 미국 로스쿨에 입학했고 아버지가 꼬박꼬박 보내준 학비와 생활비로 공부에만 전념할 수 있었죠.

박씨는 로스쿨을 우수한 성적으로 졸업하고 뉴욕주 변호사 시험에 합격했어요. 미국으로 출국한 지 5년 만이었죠. 변호사 합격과 동시에 사회보장사업을 하는 미국 회사에 취업했고 이듬해 변호사 자격증까지 받았어요.

당분간 미국에서 변호사 경험을 쌓은 후 국내로 복귀해 법무법인에 취업할 계획이었는데요. 변호사 자격증을 받은지 5개월이 지날 무렵 아버지가 다급한 목소리로 전화를 걸어왔어요.

"얘야. 그때 결혼할 때 구입했던 집 있잖니. 그거 팔자꾸나."
"멀쩡한 집을 갑자기 왜 팔아요? 무슨 일 있었어요?"
"가격도 많이 뛰었고 마침 사겠다는 사람도 나타났단다."

사실 박씨는 결혼 당시 건축업자였던 아버지가 신축 분양한 서울의 다세대주택(83㎡)을 아내와 공동명의로 취득해 보유하고 있었는데요. 박씨 부부는 이 주택에서 전세 세입자를 받고 다른 지역의 아파트를 전세로 얻어 신혼생활을 시작했어요.

미국으로 갈 당시에는 전세로 살던 아파트 계약만 해지한 후 보증금을 돌려받았고, 다세대주택은 팔지 않았어요. 그런데 다세대주택 가격이 갑자기 급등하자 아버지가 아들에게 집을 팔자고 제안한 거에요.

어차피 박씨 부부는 1세대1주택자였고 주택 가격이 9억원을 넘지 않았기 때문에 양도소득세는 낼 필요가 없는 줄 알았어요. 그래서 아버지를 통해 다세대주택을 팔았고 세무서에도 양도세 비과세 신고를 했어요.

"세무서에서 나왔습니다. 선생님께선 앞으로 한달간 양도세 세무조사를 받게 됩니다."
"비과세 규정에 따라 제대로 신고했는데 뭐가 잘못됐나요?"
"비거주자 신분이기 때문에 양도세 비과세 혜택이 적용되지 않습니다."

잠시 휴가를 내고 한국을 찾은 박씨 부부는 아버지 집으로 찾아온 세무공무원들을 만났어요. 부동산 거래에 대한 세무조사를 통해 양도세를 과세하겠다고 하더군요. 다세대주택을 판 지 4개월 만이었어요.

세법에서 정한 1세대1주택 비과세 규정은 '거주자'에 한해 적용되고, 국내에 생활 근거를 두고 있지 않은 '비거주자'는 비과세를 받을 수 없다는 설명이었어요.

박씨 부부는 미국에서 영주권을 취득한 적도 없고, 변호사 실무만 익힌 후 국내 로펌에 취업할 예정이었다며 억울함을 호소했어요. 미국으로 출국할 때부터 주민등록도 아버지 집 주소로 옮겨놨기 때문에 '거주자'가 맞다고 주장했죠.

"그런데 다세대주택은 무슨 돈으로 취득했습니까?"
"저와 아내가 결혼 전 모아둔 돈이 있었습니다."
"아무래도 수상합니다. 그 부분도 증여세 조사를 해봐야겠습니다."

세무조사를 통해 양도세 과세 방침을 정한 세무공무원은 박씨가 다세대주택을 취득한 자금의 출처에도 의문을 제기했어요. 아버지가 직접 신축 분양한 주택이기 때문에 결혼을 앞둔 20대 아들에게 무상으로 넘겨줬다는 의심이었죠.

국세청은 박씨 부부를 상대로 증여세 조사까지 범위를 확대했어요. 미국 유학생활에서 아버지로부터 학비와 생활비를 받은 것도 수상하게 여겼어요. 결국 박씨 부부는 양도세뿐만 아니라 증여세까지 추징 당하게 됐어요.

박씨 부부는 아무리 생각해도 국세청의 과세 방침을 이해할 수 없었어요. 그래서 지인의 소개를 받아 세무사를 찾아갔어요. 박씨 부부의 사정을 찬찬히 들어본 세무사는 고개를 저으며 입을 열었어요.

"양도세는 비거주자 신분이라 어쩔 수 없이 내셔야 합니다만..."
"세무사님! 증여세라도 돌려받을 방법이 없을까요?"
"조사범위확대 통지서를 문서로 받은 적 없죠? 그럼 방법이 있겠습니다."

세무사는 국세청의 세무조사 과정에서 결정적 실수가 있었다는 점을 간파했어요. 국세청이 양도세 세무조사를 통보해놓고 증여세 조사까지 확대했는데, 그 사실을 박씨 부부에게 미리 알리지 않았다는 거죠.

특히 세무조사 범위를 확대하는 문제는 납세자의 권리를 침해할 수 있기 때문에 과세당국에서도 엄격하게 관리하고 있는데요. 알고 보니 박씨 부부에 대한 세무조사 범위 확대는 국세청 조사사무처리규정에 따라 내부 승인절차도 거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어요.

조세심판원도 박씨 부부의 주장을 받아들였어요. 심판원은 "세무조사 범위를 확대하는 문서 통지가 없었고 내부 승인절차도 빠뜨린 행위는 중대한 절차상 하자로 판단된다"며 "국세청이 조사 범위를 임의로 확대해 증여세를 과세한 처분은 잘못"이라고 밝혔습니다.

다만 양도세 부분은 과세 처분이 맞다는 결론을 내렸어요. 박씨 부부가 미국에서 8년 동안 거주하면서 현지 직업도 갖고 소득도 발생하는 점을 볼 때 '비거주자'가 맞다는 설명인데요. 결국 박씨 부부는 다세대주택에 대한 양도세를 고스란히 내고, 아버지로부터 받은 자금에 대한 증여세는 내지 않게 됐습니다.

■ 절세 Tip

세무공무원이 세무조사의 범위를 확대하는 경우 그 사유와 범위를 납세자에게 문서로 통지해야 한다. 예상치 못한 세무조사 처분으로부터 납세자를 보호하기 위한 것이다. 만일 조사범위 확대를 문서로 통지하지 않고 세금을 추징하면 과세 취소 사유에 해당하므로 세무조사 사유 및 범위 등의 문서 내용을 반드시 확인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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