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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세극장]영어캠프 교습비의 비밀

2019-05-14

임명규 기자 seven@taxwatch.co.kr 택스워치

교회 부설 어학원, 별도 헌금 계좌로 수령
세무조사 통해 소득세 추징...과세불복 '기각'

"저희 영어캠프는 미국 명문대에 입학시키는 실제 커리큘럼입니다."
"교회에 다니지 않는 아이도 신청할 수 있나요?"
"물론이죠. 얼마든지 환영합니다. 지금 바로 신청하세요."

서울 강남의 유명 교회 담임목사인 서모씨는 영어교육에 남다른 애정을 쏟고 있습니다. 매년 여름과 겨울 방학 시즌이 되면 영어캠프를 개설해 학생들에게 배움의 기회를 제공하는데요.

영어캠프는 서 목사가 설립한 교회 부설 어학원에서 직접 운영합니다. 이 어학원 출신 학생들이 미국 명문대에 대거 진학하면서 학부모들을 깜짝 놀라게 만들었죠.

어학원의 교육 과정과 똑같이 운영하는 영어캠프는 학부모들 사이에서도 인기가 높았어요. 교회 신도가 아닌 일반 학생들도 영어캠프에 들어갈 수 있었는데요. 강남 지역을 중심으로 순식간에 입소문을 타고 200여명의 학생들이 몰려들었어요.

"캠프 참가비는 어학원과 교회 계좌에 따로 나눠서 입금해주세요."
"영어캠프만 보냈는데 왜 교회가 돈을 받아요?"
"수업이 교회에서 이뤄지기 때문에 헌금도 좀 내셔야 합니다."

어학원은 학부모들을 상대로 고액의 캠프 참가비를 요구했어요. 참가비는 영어학습비와 캠프 헌금으로 구분해서 각각 다른 계좌에 입금하도록 안내했는데요. 학부모들은 혹시라도 캠프에 참가한 자녀들이 불이익을 받을까봐 어학원에서 시키는대로 따랐어요.

영어캠프는 방학 기간에 매일 오전 9시부터 오후 9시까지 총 8주 동안 진행됐어요. 총 23명의 강사가 학생들을 상대로 영어를 집중적으로 가르치고 인성과 리더십 교육도 실시했는데요. 전직 장관이 캠프에서 리더십 특강을 해주고, TV 방송에도 명문대 진학의 산실로 소개되면서 본격적으로 유명세를 탔어요.

캠프가 끝난 후에도 어학원을 계속 다니는 학생들이 늘어났고, 교회 신자로 등록하는 학부모와 학생들도 많았어요. 신자로 등록하면 어학원비 할인 혜택도 받을 수 있었는데요. 영어캠프 덕분에 교회는 문전성시를 이뤘고, 어학원 측은 입학설명회까지 개최하며 점점 사업 규모를 늘렸어요.

하지만 일부 학부모들은 영어캠프의 효과와 운영 방식에 대해 불만을 제기했는데요. 영어캠프의 탈세를 의심하는 눈초리도 점점 많아졌죠. 결국 어학원과 교회를 운영하던 서 목사는 국세청의 레이더망에 포착됐어요.

"영어캠프의 수입금액이 누락됐군요. 소득세 좀 내셔야겠습니다."
"캠프 헌금은 학부모들이 교회에 자발적으로 기부한 겁니다."
"영어학습비가 무슨 헌금입니까? 종교 목적도 아니잖아요."

국세청은 서 목사에 대해 한 달 동안 세무조사를 진행했어요. 교회에서 벌어들인 종교사업 소득은 비과세 혜택이 주어졌기 때문에 국세청도 별다른 문제를 삼지 않았어요. 하지만 서 목사는 어학원을 포함해 2개의 사업체를 운영하고 있었는데요. 국세청은 서 목사가 어학원의 영어캠프 수입을 제대로 신고하지 않았다고 판단했어요.

서 목사는 과세전적부심사를 통해 국세청의 과세 처분이 부당하다고 주장했어요. 국세청은 20일 간의 재조사를 진행한 끝에 서 목사가 챙긴 캠프 헌금이 소득세 과세대상이 맞다고 결론을 내렸어요. 명목은 종교 목적의 헌금이었지만, 실제로는 교육서비스업에서 발생한 소득이었기 때문이죠.

소득세를 추징 당한 서 목사는 다시 조세심판원에 심판청구를 제기했는데요. 영어캠프는 순수한 종교 목적이었다는 점을 강조하며 소득세를 돌려받기 위해 안간힘을 썼어요. 캠프를 실시한 장소가 교회였고, 성경 교육도 실시했기 때문에 학생들로부터 헌금을 받는 것은 당연하다는 논리를 내세웠어요.

"종교와 무관한 학생들이 왜 캠프 헌금을 냈을까요?"
"그게 진정한 캠프의 목적입니다. 비종교인을 전도해야죠."
"자발적 헌금이 아니라 강요에 의한 입금 아닙니까?"
"교회의 수고에 감사하는 마음으로 내주신 헌금이라고 믿습니다."

심판원의 심사 과정에서도 서 목사와 국세청은 캠프 헌금의 목적에 대해 팽팽하게 맞섰어요. 국세청은 어학원 홈페이지와 블로그 홍보자료를 통해 캠프의 목적이 영어실력 향상과 명문대 진학이라는 점을 입증하려고 노력했어요.

반면 서 목사는 교회 청년부 소속 강사들이 영어캠프를 통해 자발적으로 봉사했기 때문에 학생들의 참가비도 순수 헌금으로 봐야 한다고 주장했죠. 이듬해부터는 학부모들의 혼란을 막기 위해 캠프 헌금을 폐지하고 영어캠프비로 일원화했다는 점도 강조했어요.

심판원은 국세청의 과세에 문제가 없다며 '기각' 결정을 내렸어요. 캠프가 영어 중심으로 진행됐고, 강사진도 대부분 어학원 소속이었기 때문에 교육 서비스로 봐야 한다는 겁니다. 결국 서 목사는 국세청에서 추징 당한 종합소득세를 고스란히 내게 됐습니다.

서 목사가 스스로 캠프헌금을 없앤 점도 오히려 발목을 잡았는데요. 영어캠프가 종교 목적이 아니라는 점을 인정한 셈이 되면서 심판원의 결정에도 영향을 끼치게 됐습니다.

■ 절세 Tip

교육서비스업에서 발생하는 소득은 사업소득으로 분류해 소득세를 과세한다. 종교단체가 본연의 목적이 아닌, 교육서비스를 제공해도 수익사업으로 판단해 과세 대상에 포함한다. 교회에서 교육서비스의 대가를 헌금 명목으로 받았더라도 종교 목적이 아니라면 '실질과세' 원칙에 따라 세법을 적용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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